2016년 유로파 32강 2차전, 미트윌란과의 홈경기에서 당시 유나이티드의 감독이었던 반할에게는 가용할 수 있는 공격 자원이 거의 없었다. 웨인 루니와 애슐리 영같은 선수들이 부상이었기 때문에,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스트라이커 자원은 마르시알뿐이었다. 당시 18살이었던 래시포드는 벤치에서 대기할 예정이었지만, 마르시알이 웜업 도중에 부상을 당하면서 1군 데뷔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게 되고, 두 골을 넣으며 팀의 5-1 승리를 견인한다. 그리고, 3일 뒤 아스널과의 프리미어 리그 데뷔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두 골을 넣었다.
1군에 처음 진입했을 때, 래시포드는 엄청난 스피드와 드리블로 상대 팀의 수비진을 돌파하는 다이렉트하고 공격적인 스트라이커로 평가받았다. 그는 데뷔 첫 번째 시즌, 전 대회에서 13경기 7골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고, FA컵에서 우승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조세 무리뉴 감독이 부임하게 됐는데, 그는 래시포드를 주전 스트라이커로 보지 않았고, 즐라탄, 다음 시즌에는 루카쿠를 영입한다. 2016/17 시즌, 래시포드는 주전 스트라이커가 부상당했을 시에 스트라이커로 뛰긴 했지만, 보통은 왼쪽 측면에서 뛰었다. 시간이 지나며, 래시포드의 최적 포지션은 중앙이 아니라 왼쪽이라는 것에 대다수가 동의하게 됐다.
무리뉴가 래시포드의 최적 포지션을 찾아내긴 했지만, 그는 래시포드에게 제한적인 출전 시간을 주었고, 선발 출전보다 교체 출전할 때가 더 많았다. 2017/18 시즌에서, 래시포드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35경기에 출전했는데 그중 18경기는 교체 출전이었고, 전 대회 통틀어 고작 1792분을 소화했다. 2018년 1월 알렉시스 산체스가 영입되며, 그의 출전 시간은 더 줄어들게 되었다.
래시포드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은 솔샤르가 감독이 된 후부터이다. 그는 저번 시즌에 주로 왼쪽에서 출전하며 리그에서 17골을 넣었는데, 이것은 무리뉴 밑에서 뛰었던 2017/18 시즌의 기록보다 10골이나 많은 수치이다. 비단 득점력뿐만 아니라, 기대득점 또한 0.28에서 0.57로 상승했다.
두 감독 모두 4-2-3-1 포메이션에서 그를 왼쪽 윙어로 출전시켰는데, 무엇이 변한 걸까? 같은 포지션에서 뛰었는데도 득점력이 이렇게 많이 상승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누군가는 단지 어린 선수가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솔샤르는 빌드업과 링크업 상황에서 래시포드의 위치에 약간의 전술적 변화를 줬는데, 그게 큰 차이를 만든 것이다. 즉, 래시포드는 왼쪽 측면이 아니라 하프 스페이스에서 뛰고 있는데, 그것이 래시포드의 플레이 스타일에 세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1. 골문에 가까워진 위치
첫 번째로, 그는 골문과 주전 스트라이커인 마르시알에 보다 가까이 위치하게 됐다. 무리뉴 감독 시절 9번에 가장 가까이 위치했던 선수는 공격형 미드필더, 보통 제시 린가드였다. 무리뉴는 린가드를 세컨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며, 루카쿠와 연계하며 박스 근처에서 공간을 찾는 임무를 주었다. 솔샤르는 10번에게 골을 노리는 역할이 아니라 플레이메이킹 역할을 맡긴다. 그리고 래시포드를 하프 스페이스로 이동시킴으로써, 그에게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기게 되었다. 아래의 그림은 각각 17/18, 19/20 시즌에서 래시포드의 히트맵이다.
비교해봤을 때, 래시포드의 위치가 왼쪽 측면에서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변했다는 건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골문과 마르시알에 보다 가까이 위치하게 됐으며, 래시포드와 마르시알과의 연계는 지난 시즌 유나이티드의 주된 공격 루트 중 하나였다.
이 사진을 보면, 마르시알이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고, 래시포드는 마르시알에 가까운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하고 있다. 볼을 갖고 있는 린델뢰프는 래시포드가 비워 놓은 공간으로 침투한 루크 쇼에게 공간 패스를 시도할 수 있다.
그 대신에, 린델뢰프는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마타에게 패스를 하고, 그는 안쪽으로 파고들어 하프 스페이스에 있는 래시포드에게 크로스를 올린다. 래시포드는 파포스트로 침투해 득점에 성공한다.
다른 장면을 보자. 래시포드는 이번에도 마르시알과 가까운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서 10번 역할을 맡은 페레이라는 다른 선수들이 침투할 수 있도록 밑으로 내려와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 완비사카는 페레이라에게 패스를 받아 우측 측면을 돌파한 뒤에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침투하는 래시포드에게 크로스를 올리고 그는 득점에 성공한다.
2. 스트라이커와의 스위칭 플레이
두 번째로, 래시포드는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하며 마르시알과 계속해서 스위칭 플레이를 가져가고 있는데, 두 선수의 좋은 호흡은 지난 시즌에 그들 모두가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주된 이유였다. 그들의 훌륭한 연계 플레이는 저번 시즌 노리치와의 경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3. 높아진 압박 이해도
마지막으로, 압박에 대한 이해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는 주로 오른쪽 센터백이 라이트백,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하는 패스를 차단하려고 시도하며 하프 스페이스에서 압박을 가져간다. 이러한 압박은 상대팀 센터백이 골키퍼에게 백패스하거나 그의 파트너에게 패스하는 것을 유도한다. 풀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패스가 연결되더라도 래시포드는 볼이 있는 곳을 빠르게 압박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래시포드는 중앙으로 패스하려고 하는 셰어를 압박한다. 그는 패스미스를 하게 되고, 볼은 그린우드에게 흘러가 멋진 골을 기록하게 된다. 조세 무리뉴의 전술은 래시포드가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홀드업 플레이에 능하고 주변 선수들과 연계할 수 있는, 피지컬 좋은 전형적인 9번 스트라이커를 기용해왔다. 하지만, 래시포드는 그와 거리가 먼 선수이다.
래시포드가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활약에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솔샤르의 역습 전술이다. 무리뉴 감독 시절, 수비 임무에서 면제받아 역습을 노리는 선수는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 주로 루카쿠와 린가드였다. 솔샤르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후방까지 내려오게 해서 수비를 돕게 하고, 스트라이커, 그리고 양쪽 윙어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역습에 이용한다.
린가드가 무리뉴 시절엔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으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고, 솔샤르 시절에는 플레이메이킹 역할을 부여받으며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래시포드는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고, 더 많은 자유도를 부여받으며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위 그림들은 각각 17/18 시즌, 18/19 시즌 래시포드의 슈팅 맵이다. 그가 많이 성장했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래시포드가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활약의 이유는 단지 그를 하프 스페이스에서 뛰게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통계를 보면, 패스, 드리블, 슈팅, 압박을 포함한 거의 모든 수치가 상승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점점 더 완벽한 선수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솔샤르와 클럽이 계획하고 있는 리빌딩에 핵심 선수가 될 것이다.
래시포드는 2016년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해왔다. 그는 아직 23살밖에 되지 않았고, 가야할 길이 멀지만, 지금까지 해온 노력과 다양한 전술에 적응해온 모습을 보면, 월드클래스 선수가 되기 위한 길을 잘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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